금강경 수지독송 공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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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보문사 작성일2016.05.22 조회7,437회 댓글0건본문
법륜스님;
금강경의 내용은 어떤 존재를 우리가 인식할 때 왜곡해서 인식하지 마라, 사실을 사실대로 인식하라는 것입니다. 왜곡해서 인식하기 때문에 모든 고뇌와 번뇌가 생겨요. 사실을 사실대로 인식하게 되면 번뇌는 사라지게 됩니다. 그러니 이 진리를 깨닫는 것이야말로 최고의 공덕이라고 했어요. 돈을 100만원 얻는 게 최고의 공덕이 아니라 번뇌가 사라지는 게 최고의 공덕인 겁니다.
그런데 이 공덕이라는 단어에 혹해서 ‘수백만 원 보시하는 것보다 더 큰 공덕이 된다니 돈도 아끼고 좋다’며 금강경을 다만 읽기만 한다면 금강경의 내용에 어긋납니다. 인쇄기술이 없던 옛날에는 경전 한 권 얻기가 정말 힘들었습니다. 그러니 이런 좋은 내용을 내가 구해서 항상 지니고 다니고, 또 이걸 베껴 써서 남한테 전하면 이 좋은 가르침으로 나와 남을 포함한 많은 사람이 해탈할 수 있으니 이보다 더 큰 공덕이 어디 있느냐, 수백만 원 돈을 주고받는 것보다 억만 배 더 공덕이 크다고 한 거예요. 그래서 ‘수지독송 위타인설(受持讀誦 爲他人說)’이란 말이 나온 거예요.
그런데 복에 미쳐서 ‘돈 천 만원 보시하기 아까운데 잘 됐다. 금강경 100권 딱 찍어서 나누어 주면 공덕이 엄청나게 크고 이걸 주문처럼 달달 외워 읽으면 공덕이 온댄다’ 한다면 이건 금강경의 내용이 아닙니다. 깨달아서 번뇌가 사라지는 것이 나고 죽는 삶을 억천 번 거듭하는 것보다 더 공덕이 크다는 이야기예요. 물량으로 뭘 보시해서 얻는 공덕과 깨달음의 공덕은 비교가 될 수 없습니다. 차원이 달라요. 이건 무루복(無漏福)이고 저건 유루복(有漏福)이라는 말이에요. 그러니까 우리 정토회에서는 복을 빌라고 하지 않고 수행하라고 합니다. 수행의 공덕이 가장 크기 때문이에요. 수행을 하면 내가 자유와 행복으로 나아갑니다.
물질을 얻으면 일시적으로는 행복한 것 같지만 그것이 오래 가지 않습니다. 우리나라에서 돈이 가장 많다는 모 기업 회장이 다른 건 몰라도 돈 때문에 싸울 일은 없을 것 같은데 돈 가지고 싸우잖아요. 그것도 형님과 싸우면서 ‘한 푼도 못 준다’라고 했어요. 인도 아이들이 저한테 ‘박시시, 박시시’ 하고 매달려서 동전을 받아가 놓고 또 달라고 하기를 거듭하기에 제가 바랑에서 발우를 꺼내 아이들 앞에 들이밀면서 ‘박시시, 박시시’ 한 적이 있습니다. 그러자 아이들이 웃으면서 돈을 제 발우에 집어넣었어요. (청중 웃음)
인도의 거지 아이들도 이렇게 한 푼은 줍니다. 그런데 그 회장은 자기 형님에게 한 푼도 못 준대요. 누가 더 가난합니까? 대한민국 최고 부자라는 사람이, 그것도 자기 돈도 아니고 부모 유산을 가지고, 남도 아닌 형님한테 한 푼도 못 준다는 거예요. 본인이 기자에게 한 말입니다. 심지어는 한 푼도 안주기 위해서 대법원 아니라 헌법재판소까지도 가겠다는 말도 직접 했어요. 그래서 저는 이분이야말로 보살이라고 생각합니다. (청중 웃음) 자기를 확 나쁘게 만들어서 세상 사람에게 진실을 보여주는 역행보살이에요. 다른 사람이 말했으면 도움이 안 되는데 최고 부자인 사람이 말했기 때문에 굉장한 교훈이 되는 겁니다.
그러니 삼천대천세계를 칠보로 가득히 채워 보시한다고 하더라도 이 제법이 공한 이치를 깨쳐서 해탈하는 공덕과는 비교할수 없다고 하는 거예요. 제법이 공한 이치를 깨닫는 그 짧은 문장이 ‘범소유상 개시허망 약견제상비상 즉견여래’ 또는 ‘일체유위법 여몽환포영 여로역여전 응작여시관’입니다. 그걸 수지독송, 즉 받아 지니고 읽고 외우라는 거예요. 그냥 종이에 박아서 품에 넣어 다니고 입으로 읽고 외우라는 뜻이 아닙니다. 그 이치를 깨달으라는 말입니다. 그 이치를 깨친다면 그 공덕은 이루 말할 수가 없어요. 해탈의 공덕이 있기 때문입니다.”